일기 121

부재 1. 2022.08.07

1. 아내가 입원했다. 엄청 대단한 수술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쨌든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난소에 물혹이 있어 제거해야 한다는. 첫째를 낳고서도 1년 정도 후에 복강경 수술을 했었는데 두 번째 하게 되었다. 입맛도 없다며 우유 하나 사서 마시고 입원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해 아내의 짐가방을 내린다. 2. 엄마가 아프다고 여섯 밤을 자야 올 수 있다는 말에 둘째는 엉엉 운다. 막둥이도 따라 운다. 정신이 없다. 원래 계획은 아내 손을 잡아주고 입원수속을 해주려고 했는데. 주차장 아저씨가 주차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1분도 안 되서 나간다고 하니까 끝까지 받아와야 된다기에 약간 짜증을 냈다. 3. 아내도 눈치를 보고 원무과 직원도 눈치를 보고. 아이들이 울고 있어 아내에게 먼저 나간다고 하고 훌쩍 나왔다. ..

일기 2022.08.07

시집. 2022.08.04.

1. 구안와사로 외부 미팅을 거의 하지 못한 날들이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이제는 얼굴도 윤곽이 제법 돌아오고 발음도 많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미팅이 잡혀 서울에 나왔다. 약속장소인 서점에 들러 이런 저런 책을 읽는다. 책은 무수히 쏟아져나오지만 빛나는 책을 찾기란 참 힘이 든다. 그렇다고 독서 선택의 기준을 다른 이에게 넘겨주기는 싫다. 철저하게 내 방식대로의 독서여야 삶에 남기 때문이다. 문득 시집과 소설이 눈에 들어와 오랜만에 시집 두 권과 소설을 샀다. 리뷰는 다 읽고 또 올려야지. 아니, 올릴 수 있겠지???? 2. 소설은 띠지에 있는 문구때문에 구매했다. "실패한 내 인생에도 다시 떠오를 기회가 있을까?" 그래서 제목이 튜브다. 라는 청소년 소설을 쓴 손원평 작가의 책이다. 힘든 요즘 다시 ..

일기 2022.08.04

트렘폴린. 2022.08.03.

1. 막둥이 친구 아빠가 트렘폴린을 나눔해 주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옮기고 설치하고 나니 뿌듯하다. 둘째가 그렇게 좋아한다. 영상통화를 하던 아버지는 못마땅하시다. 막둥이가 같이 올라가니 둘째가 뛰면서 통통 튄다.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안 좋은 거 아니냐고 하신다. 2. 순간 욱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왜 매번 마음에 안 드시는 건 확고하게 싫은 내색을 하실까. 아이들이 좋아하는데, 키즈카페에 가서도 늘 방방이를 타는 둘째가 얼마나 신나하는지 모르시기도 하다. 너무 과하면 자제시키면 되는 일이다. 어린 시절 기억때문인지 아이들에게 정말 위험한 게 아니면 다 허용하는 편이다. 3. 물론 아버지도 손주들 걱정해서 하시는 걸 잘 알지만 가끔 한번씩 마음에서 욱하는 것이 올라오는 걸 보면 어린 시절..

일기 2022.08.04

아들과. 2022.08.02.

1. 아들과 끓여서 라면을 먹는 것이 로망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첫째는 컵라면을 더 좋아한다. 끓여서 먹는 맛이 있는데, 언젠가 아빠가 되면 첫째는 컵라면을 함께 먹는 게 로망이 될까? 엄마가 동생들을 데리고 막둥이 친구집에 놀러간 저녁. 선풍기를 머리로 맞아서 그런지 두통이 와 일찍 귀가했다. 2. 아들이 좋아하는 숏다리(오징어다리) 네 개와 컵라면 세 개를 샀다. 지난 번에 먹은 오뚜기 새우탕은 정말 별로였다며 꼭 농심어어야 한다고. 그렇게 둘이서 라면 세 개를 나눠먹고 아들은 빔으로 애니메이션을 나는 두통으로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검색을 하기 시작한다. 3. 첫째의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주면 엄마가 수술하느라 일주일 집을 비우는데 남자 넷이서 얼마나 북적거리며 지내게 될까. 벌써 긴장..

일기 2022.08.03

그녀의 피아노. 2022.07.31.

1. 오랜만에 교회에서 교구 목사님과 심방 모임을 잠깐 갖게 되었다. 몇 년전 안수집사이고 봉사도 잘하고 공적인 예배도 빠짐 없이 출석하는 내 이름 앞에 붙는 믿음 좋다는 말이 너무 싫었었다. 예수님이 내 죄를 대신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믿겠는데, 도저히 내 죄가 용서받았다는 것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마침 먼 곳으로 이사까지 가게 되었다. 2. 그렇게 떠난 본교회. 아버지가 출석하기 시작해서 따라 다니고 결혼식도 하고 그랬던 교회. 오랜 방황을 정리하고 다시 말씀을 붙들고 시작한 신앙생활이었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내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냥 흘러가는 분위기대로 신앙생활을 하고 늘 가슴을 치며 회개해도 마음은 늘 괴롭고 아팠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다른 교회에 등록한 ..

일기 2022.07.31

77777. 2022.07.30

1. 11월 29일이면 차를 사용한 지 3년이 된다. 숫자에 집착하진 않지만 타는 차마다 10만키로 이상은 타기에 꼭 찍는 사진이 있다. 바로 누적주행거리. 매번 찍는 건 아니고 7777키로미터를 탔을 때 찍는다. 고생했다, 험한 주인 만나서 이만큼 달리느라고. 그래도 요즘은 운전이 많이 차분해졌다. 2. 돌아보면 왜 이렇게 운전을 험하게 했을까 싶다. 아마 내 뜻대로 콘트롤하기 가장 쉬운 게 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를 감싸는 차의 프레임과 시트에 앉아 운전을 하다보면 내 손끝의 감각과 발끝의 감각대로 움직여주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운전 센스가 부족한 운전자를 보면 그렇게 비난하곤 했는데. 3. 다 때가 있나 보다. 운전을 험하게 할 때. 젊을 때. 질주하고 싶을 때. 그렇게 거침이 없..

일기 2022.07.31

혼자서. 2022.07.27.

1. 예전에는 혼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혼자서 뭘 한다는 게 너무 싫기도 했고, 혼자서 주문을 하고 혼자 테이블에 앉아 식사나 커피를 마신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싫었다. 늘 당당한 것 같지만 사실은 소심하고 혼자서도 뭐든 잘할 것 같았지만 외로운 건 너무 싫었다. 2. 출장을 가도 밥집을 못 들어가고 햄버거 가게에서 감자튀김과 콜라를 곁들여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먹거나 숙소로 음식을 포장해 와서 혼자 티브이를 보며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혼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혼자서 차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3. 한 때는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많은 게 자랑이었는데, 술을 끊으니 반, 퇴사하고 나니 그 반, 자영업을 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

일기 2022.07.27

음식물 분쇄건조기. 2022.07.26.

1. 어느새 없어서는 안 되는 전자 제품이 집안에 점점 늘어간다. 우선 에어컨은 필수다. 두 번째 세탁기도 필수다. 세 번째 건조기도 필수가 되어버렸다. 네 번째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고 식기세척기도 가끔씩 써주면 편하긴 하다. 그래도 꼭 필수라고 하기는 그렇다. 구매할 거라면 12인용 이런 대용량을 추천한다. 2. 지인이 추천해서 식기세척기를 샀는데 큰 걸 사라고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래놓고 자기네는 대용량을 샀음. 이 배신감. 덜덜덜덜. 식기세척기를 사려면 무조건 대용량을 잊지 말자. 어쨌든 가끔씩 쓰면 편리하긴 하다. 하지만 한 번 손길을 거쳐야 해서 완전 만족하는 건 아니다. 그럭저럭 있으면 괜찮은 제품 정도. 3. 마지막으로 대만족인 제품이 있는데 바로 음식물 건조기다. 와디즈 펀딩 사이트에서 휴..

일기 2022.07.26

감자탕과 술. 2022.07.25.

1. 술을 안 마신 지 9년이 되어간다. 내 의지가 아니라 한잔이라도 더 마시면 죽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 너무 무서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 자연스럽게 소주병을 따다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흠칫 놀란다. 네가? 생각해보면 내가 늘 마시자고 끌고 다니고 모임을 주도하곤 했었는데 이제와서 혼자만 안 마시는 척이라니. 2. 가끔 그런 경우에는 콜라와 소주잔을 함께 시킨다. 콜라를 소주잔에 따르고 함께 건배를 한다. 나름 구색을 맞추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지만 술의 힘을 빌리지 않는 말과 추임새는 김빠진 콜라 같다. 뭔가 홀리해진 느낌. 텐션이 사라지고 차분해진 느낌에 상대방은 재미없어 한다. 몇 차례 압박을 하지만 결코 마시지 않는 술. 3. 모유수유를 끝낸 아내가 시원한 맥주가 마..

일기 2022.07.25

나들이. 2022.07.22.

1. 아주 오랜만에 토요일 나들이다. 작년에는 막둥이를 안고 다섯 식구가 전망 좋은 카페로 드라이브도 자주 다녔었는데. 첫째가 꿈의학교를 준비하고 입학하고 한 학기를 보내기까지 숨가쁘게 일상이 흘러온 듯 싶다. 연이은 일들로 숨이 막힐 것 같은 일상이 자주 있었는데, 지금은 한숨 돌릴 여유가 생겼다. 물론 상황은 그대로. 2. 오늘은 비행기 이륙이 잘 보인다는 영종도 카페로 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반겨주는 고양이를 보며 한참을 야옹을 외치던 막둥이. 에너자이저 둘째. 그리고 마지못해(?) 따라온 첫째까지,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였다. 스타파이브. 요즘 트렌드에 맞게 큰 규모를 자랑한다. 소소하게 사진 찍을 곳도 많은 게 딱 인스타 감성이다. 3. 그나저나 빵값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그냥 밥 한끼다. ..

일기 2022.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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