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 7

혼자서. 2022.07.27.

1. 예전에는 혼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혼자서 뭘 한다는 게 너무 싫기도 했고, 혼자서 주문을 하고 혼자 테이블에 앉아 식사나 커피를 마신다는 게 너무 어색하고 싫었다. 늘 당당한 것 같지만 사실은 소심하고 혼자서도 뭐든 잘할 것 같았지만 외로운 건 너무 싫었다. 2. 출장을 가도 밥집을 못 들어가고 햄버거 가게에서 감자튀김과 콜라를 곁들여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먹거나 숙소로 음식을 포장해 와서 혼자 티브이를 보며 식사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혼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혼자서 차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곤 한다. 3. 한 때는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가 많은 게 자랑이었는데, 술을 끊으니 반, 퇴사하고 나니 그 반, 자영업을 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

일기 2022.07.27

동행. 2022.07.20.

1.. 오랜만에 프로젝트 하나를 마감했다. 기존 팀원들과 분리해 이번에는 혼자 모든 걸 다 처리했다. 역시 일은 함께 해야 한다. 혼자서 모든 걸 해낸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같은 목표를 향해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당분간 홀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동행이 생길 예정이어 기대도 된다. 2. 한 달이 지나 병원 정기검진을 하러 갔다. 4월에 시작된 구안와사가 어느덧 3개월이 지나간다. 역시나 선생님은 세세한 증상이나 느낌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5, 6개월 지나면서 가장 많이 좋아진다는 이야기. 기대한 만큼 안 나아서 속상하다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두 달 후에 보자고 하신다. 딱히 해줄 것이 없으니까. 3. 침을 맞지 않았다면 아마..

일기 2022.07.20

밤산책. 2022.06.26.

첫째가 꿈의학교를 간 후 참 오랜만에 밤산책을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공기는 정말 습하다. 바람이 멈추는 곳에 땀이 솟는다. 지난 몇개월을 돌아본다.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구안와사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이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지나가 버렸다. 갑작스런 발병에 당황하고 낙심하고 치료방법을 몰라 한달, 침맞는다고 한달, 체력 바닥나서 멍하니 한달...... 침을 맞으면 한 달 정도면 좋아진다는 말에 서울까지 매일 열심히 침을 맞으러 다녔는데, 어느 정도 좋아지다가 더 낫지를 않는다. 치솟는 기름값과 반나절이 걸리는 시간을 결국에는 버텨내지 못했다. 문제는 체력이다. 힘내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몸뚱아리가 버티지를 못하니 정신이 명료하지 못하다. 결국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는 걸, 돌아간 얼굴과 ..

일기 2022.06.26

돌잔치와 대디클럽 독후감 시상. 2022.06.18.

오랜만에 돌잔치를 다녀왔다. 막둥이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끼리 친해지더니 집으로 초대하고 몇 번 왕래하더니만 급기야 돌잔치까지 가게 되었다. 첫째 돌잔치를 엄청 크게 해준 덕분에 둘째와 셋째는 돌잔치를 하지 않았다. 둘째와 터울이 많아 돌잔치에 초대받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어색하다. 뷔페에서 한다는데 금액은 얼마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외박을 나온 첫째는 당연히 집에 있겠다고 하여 네 식구가 출동했다. 가서 보니 예전에 비해 돌잔치 규모가 많이 줄어든 거 같다. 뷔페를 오랜만에 가서인지 종류도 많고 사람도 많고 번잡스럽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막둥이를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집에 돌아와 꿈의학교 대디클럽 8주년 기념예배를 줌으로 드렸다. 지난 번 대디캠프 때 쓴 독후감이 최우수상으로 뽑혀 시상..

일기 2022.06.19

사무실 습격. 2022.06.08.

어린이집에서 극장에 간 둘째. 덕분에 오후 보육이 가정으로 변경되었다. 엄마와 함께 첫 극장 나들이를 다녀온 둘째. 점심을 먹기 위해 아빠 사무실로 왔다. 어제 힘들게 책장 정리를 다 마쳤더니 손님이 온 것이다. 둘째의 방문 덕분에 아빠는 또 컴퓨터를 뺏겼다. 엄마 노트북과 아빠의 큰 화면 PC중에 큰 화면을 선택한 둘째. 아내는 열심히 일하고 아빠는 별 수 없이 책장의 책들을 분류하기 시작한다. 막둥이도 없고 첫째도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오늘 하루는 온전히 둘째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태어나 보니 강력한 존재인 형이 버티고 있어 극도로 경계하면서 자란 둘째.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나 싶더니만 동생이 태어나 또 할수없이 치인다. 거의 10년만에 태어난 아이라서 마음이 늘 애틋하다. 형과는 다른 매력으로 ..

일기 2022.06.08

간절함. 2022.05.30.

얼굴이 회복될수록 소망이 생긴다. 집에서 치료하는 곳까지 45키로미터. 왕복 90키로미터. 심지어 아침 출근시간을 뚫고 와야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11시가 넘는다. 일은 제대로 할 시간이 없고 몇 시간 일처리하고 나면 또 가정을 돌봐야 하고.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운전대를 잡고 근처에 도착해 큐티를 하고 음료를 마신다. 여지 없이 내 생각을 아시는 주님은 말씀으로 위로해 주신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역시 나는 말씀 없이 살수 없는 사람. 간절함이 사라지고 불평과 불만이 마음에 가득차는 요즘. 다시 배워내고 가볍게 이 길을 가야겠다고 이 아침 곰곰 생각해본다. 멀어도 간절함이 있기에 악착같이 온다. 뭐든지 필요하면 간절한 법. 선생님은 깨끗이..

일기 2022.05.30

회복. 2022.05.21.

안면마비로 치료를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신경과에 가서 MRI도 찍고 스테로이드제도 복용하고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2주가 지나면서부터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경과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략 6개월 정도가 지나면 90% 이상은 회복된다는 이야기만 반복된다. 그 사이 불안하면 침은 맞아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지난 주부터 침을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얼굴 형태가 많이 회복되었다. 신기하다. 엄청 심하게 와서 걱정스럽다고 신경과에서는 이야기했는데 침을 맞으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진다. 면을 후루룩 빨아올리지를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후루룩거리며 먹었다. 한방이나 침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

일기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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