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일기 66

밤출근. 2022.11.09.

저녁을 먹고 다시 출근한다. 밤출근. 아빠 가지마, 나랑 같이 놀다가 자기로 했잖아. 울먹이는 둘째를 달래고 집을 나선다. 쉬고 싶지만, 함께 있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미안하구나. 이 나이가 되면 참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이 드네. 실패공모전에 도전해볼까 보다. 내가 살아온 반대로만 산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텐데^^;;; 오늘은 밤공기가 포근하다. 곧 다가올 겨울도 올해는 포근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형편도~~

일기 2022.11.09

아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2022년 10월 31일.

1. 아들이 시민교육 시간에 글쓰기 발표를 했다. 투덜투덜거리며 전 날 문자로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었다. 읽어보니 비유를 들어 잘 썼다. 고모에게 보여주어도 되냐고 했더니 발표하고 나서 보여주란다. 2. 발표가 끝나고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아들이 쓴 글을 보여주고 선생님으로서 객관적인 평가를 부탁한다고 했다. 동생은 수업이었는지 한참 후에 답을 주었다. 와, 천재네. 3.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동생에게 무슨 천재씩이냐고, 그냥 센스가 좀 있다 정도지, 라고 답하고 웃었다. 동생은 내 말에 진지하게 답했다. 4. 아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뜬금없는 아빠를 소환한다. 아빠가 어릴 때 제대로 된 칭찬을 안 해줘서 오빠랑 나랑 자존감이 낮은 거 모르냐며. 5. 생각해보니 칭찬이 참 어색했다. 아버지도 늘 겸..

일기 2022.10.31

난로. 2022.10.15.

1. 새벽 두 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사무실에 나왔다. 여전히 일 폭탄. 게다가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쌀쌀한 사무실 공기가 나를 반기는데 저 한쪽 구석에 난로가 눈에 들어온다. 2. 천장형 냉난방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설치하지 못했는데, 11월에는 꼭 설치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겠다. 꼭 필요한 것이니 주님께 구해야겠다. 3. 한 두어 시간 일하고 나니 문득 춥다. 구석에 있던 난로를 꺼내고 공기가 따듯해진 순간 깨달았다. 나 반바지 입고 있었구나. 겉에 긴바지를 껴입고 나와 사무실에 도착하고 벗어놓았는데 그걸 이제야 생각하다니. 4. 일이 많아서 그런지 문서가 뒤죽박죽이다. 이 문서 내용이 저 문서에 적혀있고 그걸 또 메일로 보내고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고. 이제..

일기 2022.10.15

반전. 2022.10.13.

1. 다들 나를 걱정한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힘든 일이 그만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인생을 한번 휘청거리게 만드니 회복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 2. 묵묵히 하루를 살아낼 뿐이지만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밀려오는 인생의 파도 앞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생각은 항상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 그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떨어져나갔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데 삶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지친 것일까. 내 철없음과 치기어린 날들과 함께 끊긴 인연들. 4. 늘 나중에 보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마음조차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음을 돌아본다. 때마다 고비마다 인연을 통해 또 한 시기를 ..

일기 2022.10.12

결혼식과 김치찌개. 2022.10.01.

1.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한다. 토요일 오후. 할 일이 산더미. 과연 이 모든 일을 잘 처리해낼 수 있을까. 저녁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와야 할 것 같다. 외박을 나온 아들은 집밥이 먹고 싶다고 한다. 돼지고기를 사서 김치찌개를 끓여줄 생각이다. 2. 오늘 결혼식이 있다. 친하다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안 친하다고 하기에는 식사도 하고 함께 어울린 시간이 조금 있는 애매한 사이다. 문제는 결혼식 초대를 위해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3. 코로나라서 단체 톡방에 초대한 후 청첩장을 올렸다는 한 마디. 개인적인 전화나 톡이나 문자도 없다. 청첩장을 안 주기에는 미안하고 혹 오지 않아도 상관 없는 정도의 관계라서 그런 건지 자꾸 생각이 겉돈다. 4. 요즘 세대의 특징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초대하..

일기 2022.10.01

2022.09.29. 너에게로 또 다시.

1. 분명 이런 적이 많았는데. 꿈을 꾼 듯이 지나간 일들이 아련해지는 그런 시간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달콤한 꿈은 아니지만 지나간 일들이 아련해지고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던 몇 번의 경험들. 이번에도 분명 비슷한 느낌인데 또 다르다. 2. 파란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 잔잔한 바다 같은 고요한 마음이 몸을 휩싸고 있다. 첫 째가 중학생이 되고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겪은 일들이 마치 수 년, 혹은 그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3.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넘어야 하는 일들, 해결해야 하는 숙제들이 산더미 같다. 그런데 왜 이토록 평온한 마음이 되었을까. 이번에야말로 진정 돌아온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다시는 떠나고 싶지 않다. 4. 아침 묵상처럼 '내게 능력 주..

일기 2022.09.29

ritual. 2022.08.23.

1. 점심으로 묵사발을 먹었다. 절기로 치면 오늘이 처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이 날. 길고 긴 여름도 고비를 넘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난다. 첫째 학교에 코로나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벌써 집으로 복귀한 꿈쟁이들만 열 명이 넘는다고 하고 네 분 선생님 중에 두 분이 음성이 나와 격리중이시다. 2. 코로나를 물리치자는 뜻으로 학년 밴드에 사진을 올리고 코로나 묵사발이라는 힘찬 댓글을 달았지만, 실은 요즘 내 상태가 묵사발이다. 드러내지 못하는 이면에는 번아웃 되어 규모를 상실한 내 삶의 무질서함을 묵사발 내버리고 싶은 심정이 짙게 깔려있다. 여러 힘든 일 중에도 루틴을 지켜오던 내가 아내의 수술로 드디어 백기를 든 것 같다. 3. 작년부터 이어지는 변수와 학기 초부..

일기 2022.08.23

두루 두루. 2022.07.21.

https://news.v.daum.net/v/20220721131507581 '아들아..' 러 로켓에 13살 자식 잃은 우크라 아버지의 손길 지난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의 로켓이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의 한 버스정류장에 떨어져 최소 3명이 사망했을 때 피해자들 중에는 13살의 소년이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그 참변의 news.v.daum.net 1. 두루 두루 갈등 없이 친구들과 잘 지내는 성격의 아들답게 점심 메뉴도 두루치기다. 기숙학교에 다니다 방학을 보내느라 집에 있다. 항상 성격 급한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그 반대로 행동한다. 매사 느긋하고 설렁설렁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던가. 잊어버려서 그렇지 아버지에게 여쭤보면 분명 너도 그랬어, 라는 대답이 나올 ..

일기 2022.07.21

연비. 2022.07.01.

1. 서울까지 매일 왕복 100킬로미터.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다. 순식간에 400원 정도가 오르니 기름을 가득 채우면 3만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 거기다 막히는 구간을 다닐 때면 연비가 더 최악이다. 리터당 10킬로미터를 가지 못한다니, 정말 마음 한가득 부담이 커지는 요즘이다. 2. 그런데 돌아보면 내 운전습관이야말로 더 최악이다. 성격이 너무 급하다. 흐름을 거스르는 차를 참지 못한다. 생각 없이 운전하는 차를 보면 분노한다. 칼치기, 위협운전을 일삼는 차들을 보면 같이 거칠어진다. 기껏 연비 운전을 위해 정속 주행을 하다가도 욱하는 마음에 추월하거나 급가속을 해버린다. 3. 늘 무너진다. 운전을 할 때마다. 그런 나에게도 요즘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이상하게도 화가 많이 나지..

일기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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