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부재 1. 2022.08.07

daddy.e.d 2022. 8. 7. 12:45




1.
아내가 입원했다. 엄청 대단한 수술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쨌든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 난소에 물혹이 있어 제거해야 한다는. 첫째를 낳고서도 1년 정도 후에 복강경 수술을 했었는데 두 번째 하게 되었다. 입맛도 없다며 우유 하나 사서 마시고 입원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해 아내의 짐가방을 내린다.

2.
엄마가 아프다고 여섯 밤을 자야 올 수 있다는 말에 둘째는 엉엉 운다. 막둥이도 따라 운다. 정신이 없다. 원래 계획은 아내 손을 잡아주고 입원수속을 해주려고 했는데. 주차장 아저씨가 주차증을 받아오라고 한다. 1분도 안 되서 나간다고 하니까 끝까지 받아와야 된다기에 약간 짜증을 냈다.

3.
아내도 눈치를 보고 원무과 직원도 눈치를 보고. 아이들이 울고 있어 아내에게 먼저 나간다고 하고 훌쩍 나왔다. 이 아저씨 주차증을 받아야 등록을 한다고 또 한 마디 한다. 화를 버럭 냈다. 융통성 있게 일하시라고. 1분도 안 되어 나갈 건데 주차증까지 쓰냐고. 완전 예민해져서 소리를 질렀다.

4.
에이, 이게 뭐야. 맘 편하게 수술 받고 오라고 해도 모자란데 화를 내면서 헤어지다니. 아이들은 울고 신경은 예민해져서 더 화가 났나보다. 나중에 아내가 전화로 말해주길 퇴원할 때도 차가 들어오니까 등록해야 해서 그렇단다. 아니 그러면 진즉 그렇게 말을 하든가. 이게 뭐냐고. 나도 화를 좀 덜 냈으면 되었을 걸. 후회가 된다.

5.
어쨌든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집에 왔다. 게다가 오늘은 첫째 방학 조별 모임이 있는 날. 집에 들러 바베큐 하면서 먹을 김치도 챙기고 오이김치도 챙기고 매실짱아찌도 챙기고 출발한다. 가는 길 아이들은 금새 평온을 찾고 수다를 떤다. 막둥이는 잠들고 둘째는 한번씩 징징거리고.

6.
어떻게 조별 모임이 끝났는지 모르겠다. 많이 변하긴 했다. 내가 짜증내지 않고 아이들을 잘 케어하다니. 벌써부터 아내의 빈자리가 크다. 오늘부터 6박 7일을 어떻게 버티지? 벌써부터 체력 고갈이다. 엄마 보고싶다고 울던 둘째는 카페에 있는 트렘폴린을 신나게 탄다. 무사히 모임이 끝나고 집에 온다. 씻기고 재우고 나도 기절.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ritual. 2022.08.23.  (0) 2022.08.23
부재 2. 2022.08.08.  (0) 2022.08.08
시집. 2022.08.04.  (0) 2022.08.04
트렘폴린. 2022.08.03.  (0) 2022.08.04
아들과. 2022.08.02.  (0) 2022.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