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21

깜짝라이브. 2022.11.14.

첫째 학교의 학년장 선생님께서 깜짝 라이브 방송을 해주셨다. 아들은 특기적성에 가느라고 나오지 않았지만, 깊어가는 가을 밤 찬양을 부르며 오손도손 대화하며 걷는 길이 정겹다. 깜깜해서 잘 보이진 않아도 들리는 음성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 아들은 없지만 모든 친구들이 이제 내 아들이요 딸인 것 같다. 교과서와 학원에 매몰되지 않고 산책하며 교제할 수 있는 학교가 있다는 게 참 좋다. 그 언젠가 훗날 생각이 날 거야 얘들아.

일기 2022.11.14

밤출근. 2022.11.09.

저녁을 먹고 다시 출근한다. 밤출근. 아빠 가지마, 나랑 같이 놀다가 자기로 했잖아. 울먹이는 둘째를 달래고 집을 나선다. 쉬고 싶지만, 함께 있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미안하구나. 이 나이가 되면 참 편하게 살 줄 알았는데, 여전히 힘이 드네. 실패공모전에 도전해볼까 보다. 내가 살아온 반대로만 산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을텐데^^;;; 오늘은 밤공기가 포근하다. 곧 다가올 겨울도 올해는 포근했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형편도~~

일기 2022.11.09

아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2022년 10월 31일.

1. 아들이 시민교육 시간에 글쓰기 발표를 했다. 투덜투덜거리며 전 날 문자로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었다. 읽어보니 비유를 들어 잘 썼다. 고모에게 보여주어도 되냐고 했더니 발표하고 나서 보여주란다. 2. 발표가 끝나고 여동생에게 카톡으로 아들이 쓴 글을 보여주고 선생님으로서 객관적인 평가를 부탁한다고 했다. 동생은 수업이었는지 한참 후에 답을 주었다. 와, 천재네. 3.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동생에게 무슨 천재씩이냐고, 그냥 센스가 좀 있다 정도지, 라고 답하고 웃었다. 동생은 내 말에 진지하게 답했다. 4. 아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뜬금없는 아빠를 소환한다. 아빠가 어릴 때 제대로 된 칭찬을 안 해줘서 오빠랑 나랑 자존감이 낮은 거 모르냐며. 5. 생각해보니 칭찬이 참 어색했다. 아버지도 늘 겸..

일기 2022.10.31

꿈의학교 감사축제 보이는 라디오 사연.

꿈의학교 20주년 감사축제 전안제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했다. 첫째 담당 선생님께서 진행하시기에 나도 사연을 보냈다! 마지막 사연으로 소개해주셔서 황송할 따름이다~♡ ㅡㅡㅡㅡ ‘보이는 라디오’ 사연 첫째가 외박을 나오지 않는 토요일이었습니다. 동생 둘을 낮잠을 재우기 전, 저는 아내와 함께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부러웠는지 갑자기 다섯 살 둘째 아들이 말했습니다. “너희들 결혼하는 것 같으다? 엄마는 이다음에는 나랑 결혼해야겠다!” 이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당황하더니 말을 버벅거리며 굉장히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엄마는 음, 음, 음, 독신주의야!?” 순간 2~3초간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둘째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엄마가 거절한 것 같은 분위기에 베..

일기 2022.10.22

난로. 2022.10.15.

1. 새벽 두 시.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사무실에 나왔다. 여전히 일 폭탄. 게다가 이제 가을이 깊어간다. 쌀쌀한 사무실 공기가 나를 반기는데 저 한쪽 구석에 난로가 눈에 들어온다. 2. 천장형 냉난방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설치하지 못했는데, 11월에는 꼭 설치해서 따뜻한 겨울을 보내야겠다. 꼭 필요한 것이니 주님께 구해야겠다. 3. 한 두어 시간 일하고 나니 문득 춥다. 구석에 있던 난로를 꺼내고 공기가 따듯해진 순간 깨달았다. 나 반바지 입고 있었구나. 겉에 긴바지를 껴입고 나와 사무실에 도착하고 벗어놓았는데 그걸 이제야 생각하다니. 4. 일이 많아서 그런지 문서가 뒤죽박죽이다. 이 문서 내용이 저 문서에 적혀있고 그걸 또 메일로 보내고 상대방에게 연락이 오고. 이제..

일기 2022.10.15

공동체. 2022.10.14.

1. 첫째를 데리러 학교에 간다. 맑은 날씨에 눈부신 햇살, 그리고 밝게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언제 와도 마음이 푸근한 학교다.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과 한참 수다를 떤다. 2. 지나가시는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피곤이 묻어 있다. 여러 가지 행사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신 듯하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지만 내 상황을 돌아보며 자꾸 위축되려고 한다. 다만 기도하고 응원할 뿐이다. 3. 처음 결심처럼 선생님들의 마음을 시원케 해주는 학부모가 되었는지 돌아본다. 공교육이 아니라 대안교육이다 보니 선생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말로 다할 수 없다. 지난 전도여행에 일일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두 눈으로 목격한 부분이다. 4. 돈을 내고 학교에 보내지만 일반학교와는 달리 공동체의 성격이 강하다. 어느 정도..

일기 2022.10.14

반전. 2022.10.13.

1. 다들 나를 걱정한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힘든 일이 그만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런데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 인생을 한번 휘청거리게 만드니 회복한다는 게 참 쉽지 않다. 2. 묵묵히 하루를 살아낼 뿐이지만 과연 내가 최선을 다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밀려오는 인생의 파도 앞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까. 그런 와중에도 생각은 항상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3. 그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이 떨어져나갔다.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데 삶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 지친 것일까. 내 철없음과 치기어린 날들과 함께 끊긴 인연들. 4. 늘 나중에 보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마음조차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음을 돌아본다. 때마다 고비마다 인연을 통해 또 한 시기를 ..

일기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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