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회복. 2022.05.21.

daddy.e.d 2022. 5. 21. 20:12



안면마비로 치료를 시작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신경과에 가서 MRI도 찍고 스테로이드제도 복용하고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2주가 지나면서부터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경과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대략 6개월 정도가 지나면 90% 이상은 회복된다는 이야기만 반복된다. 그 사이 불안하면 침은 맞아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지난 주부터 침을 맞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얼굴 형태가 많이 회복되었다. 신기하다. 엄청 심하게 와서 걱정스럽다고 신경과에서는 이야기했는데 침을 맞으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진다. 면을 후루룩 빨아올리지를 못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후루룩거리며 먹었다.

한방이나 침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기계로 정확하게 보고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양학을 가면 한방을 경계하고 한방을 가면 양학을 경게하는데 서로 반대 입장이 아니라 증상과 진단에 따라 서로 보완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믿든 안 믿든 일주일만에 얼굴이 많이 회복된 걸 보고 주변에서 다들 놀란다.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는 정말 낙심되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다음 주 정도면 정말 많이 좋아질 것 같다. 기대가 된다. 6월 6일에 첫째 학교에 가야 하는데 그때쯤이면 정말 많이 호전될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

주말에도 치료받으러 먼 길을 온 나에게 선생님은 칭찬해주셨다. 믿음이 있으면 빨리 낫는다고 하셨다. 아무리 좋은 치료 방법을 알려줘도 믿지를 않으면 다 소용이 없다는 말. 그리고 어떤 병인지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가장 기본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손님을 초대하고 시간을 보냈다. 몸은 피곤하지만 이제 코로나가 비로소 끝나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다. 보이지 않아도 신경을 통해 표정을 짓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회복되어가며 짓는 표정들이 너무 소중하다. 주름 하나까지도 다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고마움인데. 나이가 드는 것도 다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얼굴이 회복되면서 마음도 회복되는 그런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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