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동행. 2022.07.20.

daddy.e.d 2022. 7. 20. 21:07



1..
오랜만에 프로젝트 하나를 마감했다. 기존 팀원들과 분리해 이번에는 혼자 모든 걸 다 처리했다. 역시 일은 함께 해야 한다. 혼자서 모든 걸 해낸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같은 목표를 향해 동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당분간 홀로 모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동행이 생길 예정이어 기대도 된다.

2.
한 달이 지나 병원 정기검진을 하러 갔다. 4월에 시작된 구안와사가 어느덧 3개월이 지나간다. 역시나 선생님은 세세한 증상이나 느낌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5, 6개월 지나면서 가장 많이 좋아진다는 이야기. 기대한 만큼 안 나아서 속상하다는 말과 함께 이번에는 두 달 후에 보자고 하신다. 딱히 해줄 것이 없으니까.

3.
침을 맞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았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고 2주가 지나 침 치료는 나을 때까지 불안하니까 해도 된다고 했었다. 그래도 어차피 자연적으로 낫는데 침을 맞으나 안 맞으나 회복되는 건 똑같다고 했었는데, 여기저기 검색하고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아니다.

4.
침술원 원장님은 3개월이 지나서 치료시기를 놓쳐 얼굴이 돌아오지 않았던 사람도 꽤 된다고 하신다. 백 만명 정도가 걸리는 병인데 뚜렷한 치료 방법이 잘 나와 있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병에 걸리면 해메겠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럼에도 좋은 곳을 알게 되어 치료에 효과가 있어 다행이다.

5.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병과 동행할 줄 몰랐다. 늘 그렇듯 건강하고 젊으니까 금방 이겨낼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어느덧 내 나이도 중년이 되었다. 언제나 20대일 줄 알았는데 벌써 중학생 아들을 두었던 내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누군가 말했다. 아마 치료 방법을 알아서 금방 나았다면 또 쉽게 생각했을 거라고.

6.
얼굴이 돌아간 건 증상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트레스였을까, 체력이었을까, 슬픔이었을까. 항상 사람들은 나타난 증상에 호들갑이지만 사실 증상의 이면에는 더 큰 뿌리가 존재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근본부터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구안와사와 동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7.
어떤 사람들은 얼굴이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침을 맞고 금방 회복되었다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잘못된 치료로 인해 평생 얼굴에 장애가 남은 체로 살게 되어 속상하다고 하는 글도 읽었다. 모든 건 과거이기에 만약이라는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앞으로가 중요할 일이다.

8.
욥기를 묵상하는 중이다. 욥. 친구들의 힐난과 사탄의 압박 앞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자신의 마음은 진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위로를 얻는다. 나의 아픔과 형편과 상관없이 하나님은 하나님이시다. 내가 까닭을 물을 입장이 아닌 것이다. 병과 동행하듯 그 시기를 통과하는 내 삶에 하나님도 동행하심을 믿는다.

9.
뜻하지 않은 동행으로 많은 부분을 돌아보게 된다. 과거의 나라면 죄가 있어, 문제가 있어, 내가 똑바로 하지 못해서, 라는 기타 등등의 이유를 들어 나를 자책했을 터인데. 욥기를 통해 그 모든 것을 관통하고 심지어는 초월하는 은혜를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픔을 함께 걸어가는 가족이 있어 다행이다.

10.
낮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늘 내가 원하는 것, 좋은 것들만 동행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밤공기가 시원하다. 분명 밤이지만 바람은 시원하다. 내 삶과 동행하는 그 모든 것들이 다 소중하다. 내일이면 투덜거릴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몹시 감사하다. 나와 동행하는 모든 소중한 것들과 함께 지나간다. 고요한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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