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너는 기숙사로 나는 집으로. 2022.02.27

daddy.e.d 2022. 3. 2. 16:40

 


코로나로 인해 계속 밀렸던 기숙사 입소가
드디어 27일로 확정되었고,
결국에는 그 날이 다가왔다.

전날 짐을 챙기고
다음날 온가족이 자가검진키트를 한 다음
음성 확인 후 꿈의학교로 출발했다.

도착한 주차장에는 신입생들과 부모님,
그리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선배들로 인해
학교 전체가 시끌시끌하다.

짐을 생활관 앞으로 옮겨 주고
강당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학교를 서성거리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4시에 도착했는데 5시 20분에 모인다고 하여
아이에게 일찍 들어가라고 했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듯 기다렸다
보고 가자고 했으나
나는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차에 타자마자 덤덤해 보였던 아내가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뭐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몹시 서운했나 보다.
화장실에 다녀와 출발하기로 하고
생활관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새 캠프 때 친구를 만났는지
아이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서운해하니 차에 가서
엄마 좀 한번 더 보고 가라고 했다.
아이를 보자마자 아내가 안아주며 눈물을 쏟는다.
지켜보던 동생도 이제 형이 함께 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형아 같이 가, 라고 울면서 소리쳤다.

이건 뭐지? 2주 후에 나올 건데.

아니 평생 안 볼거니 너네?
왜 기운 빠지게 울까, 싶어 아이를 보내고
얼른 차를 몰았다.

아내는 말이 없고,
막둥이는 보채고,
둘째는 과자를 달라고 하고,
나는 운전을 하고.

그러다가 나도 눈물이 핑 돌았다.
옆차가 끼어들기를 하길래 순간 욱했는데,
어디 갈때 기도하라고 하면 늘 아들이
주문처럼 외우던 기도가 생각나서다.

"하나님! 오늘도 사고 안 나게 해주시고,
아빠가 시비 안 붙게 해주세요."


늘 농담처럼 별생각 없었는데,

내 인격을 돌아보게 되고 또, 
아, 아빠 차를 타는 게 진짜 무서웠겠구나, 싶다.

내가 아이를 용납해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이런 아빠를 용납해주었구나, 싶어
눈물이 자꾸 볼을 타고 흐른다.


그런데 닦으면 아내가 눈치챌까봐
다 닦지도 못하고,
그렇게 집에 왔다.

막바지 겨울바람이 훑고 간듯
도착한 집은 왜 그렇게 휑한 건지.
아내는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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