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성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면서.

daddy.e.d 2022. 3. 2. 04:55

 


가을 선발캠프에 가기 전,
아이와 한 가지 갈등이 먼저 있었다.

여름 선발캠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아이가
여름 캠프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자신은 꿈의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마지막 설문조사때
자기는 집이 좋다고, 꿈의학교도 좋지만
아직은 집에서 가족들과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적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집이 최고라고 말하며
어찌나 깐족거리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집에 올라와 아이에게
정말 크게 화를 냈다.

너가 가고 싶다고 해서 추천해주시는 분께서도
추천의 글을 써주시고 기도해주시고
더군다나 아빠와 엄마가 너를 거기에 보내려고
기도하고 정성을 다해 면접도 보고 왔는데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태도냐고.

합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너의 태도는 정말
아주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마구 화를 냈다.
아빠가 보기에는 너의 좋은 평가가 그 대답 하나로
모든 것이 다 무의미하게 되었다고, 만약
그렇게 썼는데도 합격을 하면 너는 그냥 가라고.

아주 냉정하게 아이에게 말을 했다.
어찌나 무섭게 이야기했는지 아이가 무서워서
부르르 떨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
나는 왜 이렇게 세상 진지한 걸까.
고지식해도 너무 고지식하다.

나는 아빠로서의 최선을 제대로 다하지도못했으면서 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아이와 관계를 풀어가려고
많은 노력을 한 끝에 아이는 가을 선발캠프를 가기 전
아내에게 왜 그랬는지를 털어놓았다.
이유는 정말 어이없게도,

아니 계속 앉아서 책만 읽고,
또 계속 앉아서 시험문제 풀고,
예배는 두시간만 드린다더니 늦게까지 하고,
꿈의학교를 가면 맨날 이렇게 생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싫었어요.


아,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꿈의학교를 가고 싶었는데,
캠프때의 평가방식 때문에 크게 오해한 것이었구나.

대답을 듣고 아내와 나는 너무 허탈했다.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함을 회개했다.
그리고
많이 미안했다.

그렇게 가을 선발캠프도 합격을 하고,
어찌어찌 아빠도 최선을 다해
이번에는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을캠프 부모 면접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버님, 어머님, 아드님은 꿈의학교에 오면
정말 많은 걸 누리면서 즐겁게 생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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