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부재 2. 2022.08.08.

daddy.e.d 2022. 8. 8. 23:29





1,
아내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고 장모님께 연락이 왔다. 두 시간 혹은 복잡하면 그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한 시간만에 끝났고 경과도 좋다고 한다. 안심이다. 소변줄과 피주머니도 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고 점심 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도 씩씩하고 회복실에서도 첫 번째 수술할 때 만큼 힘들지 않았다고 다행이라고 한다.

2.
어제 집에 와 자는 동안 막둥이는 자다 깨면 엄마를 찾는다. 둘째는 엄마 보고싶다고 울다 잠들고 첫째는 아빠 눈치를 보면서 동생들을 챙긴다.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으리라. 아이들을 잘 돌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나 다짐은 무색하게 막둥이의 떼를 어쩌지 못하고 엉덩이를 때렸다. 엉엉 운다. 맘이 짠하다.

3.
둘째와 막둥이를 챙겨서 어린이집에 간다. 지난 주가 막둥이 어린이집 방학이어서 그런지 더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미안하다고, 아빠도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매정하게 문을 닫았다. 그냥 데리고 있자니 껌딱지가 될 게 뻔하다. 둘째는 그래도 씩씩하게 어린이집을 간다. 제발 중간에 전화만 오지 말기를.

4.
같은 학년 여자 동기 세명과 함께 에버랜드를 가기로 했다는 첫째. 데려다 준다고 했기에 9시에 만나기로 한 아버님으로부터 아이들을 넘겨 받고 출발했다. 중간에 또 동탄에 들러 한 친구를 태우고 에버랜드에 도착하니 10시 40분. 일기예보에는 비가 잔뜩 온다는데 그래도 가겠다는 아들에게 가지 말라고 하기 그래 보냈는데.

5. 역시나 중간에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래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잘 놀고 있나 보다.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 두명과 함께 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오라고 했고 아이들도 그러겠노라고 했다. 중간에 들은 이야기로는 아마존만 다섯 번을 탔다나. 순전히 아마존을 타기 위해 간다는 첫째. 엄마가 아프니까 가지 말라고 했으면 안 갔을 텐데.

6. 엄마가 수술하는 건 수술하는 거고 에버랜드는 에버랜드다. 저녁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온다는 아들. 그런데 동탄에 사시는 친구 아버지가 데려다준다고 했다고 한다. 너무 멀어서 그냥 지하철을 타라고 했더니 다른 두 친구는 타고 간다고 했다며, 그럼 알겠다고 고맙다고 하고 조심해서 오라고 했다.

7. 금방 도착해서 오실 줄 알았던 아버님은 9시 30분에 도착한 후 출발했다고 한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주신다고 해서 버스 잘 타고 오라고 했는데, 둘째와 셋째를 재우는 중에 아버님 한 분이 전화를 해서 우리 집에 첫째를 내려주고 다른 아이들을 태워가기로 했다는 거다.

8.이럴 수가 아이들 때문에 내려가서 인사도 드리지 못하는데. 그리고 약속장소는 왜 또 변경이 된 건지. 아내가 있었다면 그냥 휘리릭 다녀오면 끝났을 건데 데려다 주신 아버지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다. 미안한 마음 담아 톡을 남기고 잠들어버렸다. 발이 퉁퉁 불어 온 아들은 말했다.

9.사실 아빠, 혼자 지하철 타고 오려고 하니까 조금 무서웠어. 이런, 늘 아빠 엄마 차를 타고 다녀서 대중교통을 거의 타보지 않은 첫째. 언젠가 엄마랑 지하철 타고 신기해서 주변을 막 둘러봤다더 첫째는 벌써 중학생이다. 감성적이라서 여자애들과 잘 어울린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아빠는 감정적인데.

10.이렇게 둘째 날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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