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남자들을 위한 지혜》 독후감

daddy.e.d 2022. 5. 2. 20:29

 



《남자들을 위한 지혜》를 읽고


제목 : 내 인생의 가성비

1.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로 ‘가성비’라는 단어가 있다. 누구나 시간, 물질,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가성비를 따진다. 한정된 시간과 물질과 에너지를 사용해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한번 태어나면 죽음을 향해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면서 살게 되는데, 유한한 인생을 최대한 의미 있게 살아보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가성비가 좋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가성비는 인생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 과거를 떠올리다 문득 떠오른다.

2.
모태신앙으로 교회를 다니는 것이 당연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엄한 아버지와 아픈 어머니, 그리고 두 분의 다툼 속에서 드러나는 상대방을 향한 결핍과 분노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아내느라 참 많은 혼란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살았다. 부모님이 사다 주신 책을 핑계 삼아 매일 방안에 처박혀 나만의 성을 쌓고 마음을 감춘 채 살았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대신 많은 사람에게 유익을 끼치는 직업을 구하라는 아버지의 막연한 가르침이 있었다. 갈 길은 알지 못했지만 그나마 아버지가 사준 책 때문에 성적 중 가성비가 좋은 언어영역으로 국문과를 선택했다. 내 마음속 선택은 극단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3.
가성비를 따지며 선택을 했으면 최대한의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내 삶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섭리로 책과 관련한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때라도 주님의 뜻을 겸손하게 깨달아야 했는데, 결심은 결심대로 허공에 떠돌 뿐 직장생활은 늘 신앙의 길과는 반대를 선택했다. 분노의 에너지가 재능인 줄 알고 좋은 선택이든 나쁜 선택이든 모든 걸 쏟아부었다. 덕분에 삶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래도 너무 다행인 것은 삶의 고비마다 인생 막대기로 나를 돌이키게 하셨던 주님의 손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너무 아팠지만 온몸으로 선택한 대가를 또 온몸으로 책임지게 하시는 주님의 사랑에 너무 감사하다.

4.
하지만, 온몸으로 주님의 인생 막대기를 맞으면서 역설적으로 내 삶은 더욱더 조급하게 가성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만큼 시간을 낭비했으니 더 잘해야 해. 이렇게 죄를 많이 지었으니 더 성결하게 살아야 해.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지 않았으니 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해. 정답이라고 생각되면 강박처럼 미친 듯이 돌진했다. 덕분에 아내와 첫째가 고생했다(그때는 둘째와 셋째가 태어나지 않을 때였다). 꿈의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첫째를 향한 가성비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졌다. 나처럼 죄에 오염되면 안 돼. 나처럼 신앙의 길과 반대되는 선택을 해서 인생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5.
덕분에 영문도 모른 채 첫째는 아빠의 압박을 고스란히 받으며 자랐다. 그렇게 서서히 아들과의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낙천적이고 유쾌한 엄마 때문에 성격 급하고 다혈질인 아빠에 대해 단 한 번도 부정적인 말을 듣지 않고 자라 압박을 버텨내며 지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들을 너무 사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지인에게 꿈의학교를 소개받았고 아내와 나는 오랜 대화 끝에 가성비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꿈의학교를 가고 싶다는 첫째에게 그럼 더 늦기 전에 그곳에서 다양한 시도와 실패를 모두 경험해보라고 했다.

6.
아들에게는 가성비 대신 자유롭게 실패하고 경험할 자유를 주었지만, 마음은 많이 부담되었다. 뒤늦게 태어난 둘째와 셋째, 이건 전적으로 아내의 기도를 주님이 들어주셨기 때문이다. 결혼 전부터 난 아들 셋을 낳겠어,라고 말했던 아내 말대로 되었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새로 시작한 사업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 오면서 마음은 조급해졌다. 그렇게 대디캠프를 일주일 앞두고 얼굴 반쪽이 무너져 내렸다. 구안와사. 한쪽으로 돌아간 입과 무너져 내린 오른쪽 눈썹과 눈. 아침을 먹다 아내와 두 아이 앞에서 절반밖에 지을 수 없는 일그러진 울음이 심장을 저리게 하며 눈물로 왈칵 터져 나왔다.

7.
마음 한구석에서 ‘주님 이제 이 정도 맞았으면 제 인생 조금 평탄하게 해 주실 만도 하지 않으신지요?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아프기까지 하면 어쩌란 말인가요?’라며 원망의 연기가 한 가닥 피어올랐다. 답답함을 안고 병원을 다녀오고 다행히 큰 문제없이 재활하면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진정되었다. 대디캠프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우선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부터 읽기로 했다. 두 권의 책 중 《남자들을 위한 지혜》를 집어 들자마자 나는 주님 앞에 바로 무릎을 꿇었다. ‘삶에서 어떤 일이 생길 때 반발을 선택하는 것은 자기 숭배이다.’

8.
아버지가 되는 방법, 남자가 되는 지혜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냥 경험대로 그때마다 떠오르는 인연과 방식을 통해 되는 대로 해결하며 살았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 늘 어찌해야 할 줄을 모른다. 인생의 폭풍을 만났을 때, 하나님이 멀게만 느껴질 때, 아내를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족을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녀를 사랑하려면, 자녀에게 안정감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물음까지 모든 답이 말씀을 근거로 적혀있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책에 나온 것처럼 나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말씀으로부터가 아닌 내 경험과 지식으로부터 찾고 있었음을 회개하게 되었다.

9.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은 하나님을 잘못 보여준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나님은 자녀에게 내가 한 것처럼 하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이번 대디캠프를 통해 아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겠다. 내가 얼마나 말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피상적인 신앙생활을 했는지 거듭 회개한다. 얼굴이 마비되면서 표정을 짓는 것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른 아침 말씀을 묵상하고 주님께 기도하며 울고 웃어도 절반밖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얼굴을 보면서 슬픔이 밀려왔지만, 모세가 하나님의 형상을 얼굴로 받아 아주 밝고 환하게 그 빛을 반사했던 구약의 말씀들이 떠올랐다.

10.
그래, 이 일을 통해서 주님이 내게 말씀하시는 것은 이것이구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얼굴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주신 것이라고. 건강하게 배우지 못했던 남자들을 위한 지혜가 사실은 말씀 속에 가득 담겨있었다니. 내 지식과 경험으로 아무리 가성비 있는 인생을 살고자 한들 그것은 자기 숭배에 지나지 않는구나, 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다. 말씀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인생, 실패가 실패가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이 있는 풍성한 삶을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내고자 한다. 내 인생을 위한 최고의 가성비는 바로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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