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병신. 2022.04.25.

daddy.e.d 2022. 4. 25. 18:27



아침을 먹는데 입이 내 뜻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얼굴 오른쪽이 무너져내렸다. 밤새 검색하고 증상을 살펴보니 벨마비, 혹은 구안와사 같다. 말초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데 감각이 무뎌진 오른쪽 입술로 밥을 흘리고 물이 나온다. 눈물이 왈칵 난다. 갈 길이 먼데 왜 또 아플까. 아내와 두 아이 앞에서 눈물이 난다. 여전히 혈기를 입술로 뿜어내는 내 모습이 안타까우셨을까. 인생의 고비마다 아픔을 주셔서 돌이키게 하셨는데, 이 또한 지나고 보면 주님의 사랑이겠지.

운전을 할 때면 나를 위협하거나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 상대방 운전자에게 습관처럼 한 말이 있다. 아이씨 이런 병신 같은 자식이! 병신. 신체의 어느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보통과는 다른 형체를 가진 사람. 내가 병신이 되고 보니 병신의 마음을 알겠다. 교회에서 사랑부 활동을 하면서 지체를 섬긴다고 했던 내가. 정신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아 힘든 어머니를 곁에 두고서도 저런 말을 쉽게 할 수 있었다니. 내가 얼마나 공감하는 마음이 부족한지. 생각과 행동이 따로 노는 사람인지. 머리로만 이해하고 내 아픔처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인지. 머리로 모든 걸 판단하고 정죄하는 이 못된 습관을 이제는 고치라고 주님이 허락하신 일일까.
피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와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목사님과 사모님께 기도를 요청드리고 대디캠프 헬퍼님께도 중보기도 요청을 드렸다.




돌아보면 참 많이 변했다. 과거에 비해 온전한 모습으로 삶을 산다고 생각했는데 주님께서는 내면까지도 더 온전히 성결하길 원하신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피검사를 하고 예약을 잡고 집에 왔다. 검색하고 예상했던 대로 의사선생님의 진단이 있었다. 혈압이 있어 혹시 모르니 머리 MRI만 한번 찍어보자고 하신다. 곁에 있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성결하길 원하시는 주님. 마음에 있는 한 톨 더러움까지 다 찾아내 돌이키겠습니다. 내 마음이 병신이었습니다. 병신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온전히 회복되면 깨끗해진 제 마음처럼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성경에 나온 예수님의 그 수많은 치유 사역을 묵상하면서도 생각으로만 다 아는 것처럼 여겼던 제 잘못을 불쌍히 여겨주옵소서. 얼굴 반쪽이 아프니 울어도 온전히 울지 못하고 웃어도 온전히 웃지 못한다. 아픔을 가진 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아픔을 통해 삶으로 직접 새기고 깨닫게 해주시는 주님의 사랑 감사합니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의학교 축제. 2022.04.28.  (0) 2022.04.28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있는. 2022.04.26.  (0) 2022.04.26
블로그. 2022.04.23  (0) 2022.04.23
감수성. 2022.04.22.  (0) 2022.04.22
병원. 2022.04.19.  (0) 202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