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네가 어디 있었느냐. 욥기 38장.

daddy.e.d 2022. 7. 28. 08:54



1.
드디어 하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폭풍우 가운데에서 욥을 책망하시며 이야기를 시작하십니다. 자신의 고난에 대해 수없이 궁금한 것들이 많았던 욥. 제발 하나님 나타나셔서 이 고난에 대한 뜻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씀해달라고 수도 없이 울부짖었던 욥. 친구들의 거센 공격에도 자신의 의를 굽히지 않고 하나님의 대답을 요구했던 욥. 그런 욥 앞에 하나님이 등장하십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더는 대답할 말도 없어지고 모든 것을 체념한 순간에 하나님께서 영광 중에 나타나십니다. 과연 하나님은 어떤 대답을 하실 것인가.

2.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욥이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무지한 말로 생각을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고 책망하십니다. 뒤이어 자신의 임재 앞에 욥이 취해야 할 태도를 말씀해 주십니다.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자신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을 명하십니다. 고난에 매여 울고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친구들의 말에 찔려 수없는 마음의 상처를 가진 욥. 하나님께서 나타나시지 않으니 더욱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일그러지고 쪼그라들었던 욥. 메마르고 지친 영혼이 되어 엘리후의 말에 대꾸조차도 하지 못하는 상태의 욥. 모든 것을 포기하고 멈춘 듯한 그 순간.

3.
그런 욥에게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으라고 하십니다. 태도를 고치라고 하십니다. 살면서 하나님의 임재가 느껴지지 않고 대답하지 않으신다는 생각이 들면 한없이 내 생각에 갇히게 됩니다. 이리저리 말씀을 내 식대로 갖다 붙이기도 하고 혼자서 하나님을 원망했다가 회개했다가 슬퍼했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런 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하나님께서는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순간 불현듯 말씀하십니다. 그럴 때 나는 어떠해야하는가. 욥처럼 자세를 바로 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해야 하는 것이구나 묵상합니다. 사도 바울이 이야기했던 깨어 믿음에 굳게 서서 남자답게 강건하라 (고전16:13)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4.
욥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욥의 고난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말씀을 하십니다. 천지가 시작되는 순간 땅의 기초를 놓으실 때 욥 너는 어디 있었냐고 물으십니다. 깨달아 알았거든 말하라고 하십니다.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 땅의 한계를 정하고 파도가 넘지 못하게 하실 때를 아는지 물으십니다. 땅의 너비를 측량할 수 있는지 알거든 말하라고 재차 물으십니다. 도무지 욥이 대답할 수 없는 크고 광대한 창조의 순간을 계속해서 말씀하십니다. 욥은 대답할 수 없습니다. 알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낱 인간으로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비밀을 깨달아 알 수 있는 자가 누구일까요.

5.
인간은 자신의 시야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시야 이하의 것도 볼 수 없습니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내가 보는 것은 내 눈 앞에 있는 것들과 과거와 현재 스쳐지나가는 것들 뿐입니다. 유한한 인간의 역사 이전의 것들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자신의 처지와 고난을 볼수밖에 없는 욥에게 하나님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크고 비밀한 우주의 일들을 말씀하십니다. 욥은 그런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광대하심 앞에 겸손해졌을 것입니다.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고난의 이유, 의로운 삶을 살았는데 왜 고난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사실은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6.
아담과 하와가 범죄하였을 때 네가 어디 있느냐고 찾으시는 하나님. 다 아시는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시는 하나님. 죄로 오염되어 깊은 어둠 속으로, 하나님의 창조의 빛이 없는 어두움 속으로 숨고 싶은 이들에게 어디 있는지 물으십니다. 자신의 실존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하십니다. 죄를 지었음에도 사내 대장부처럼 자세를 고치고 주님 앞에 나오기를 원하십니다. 아들을 키우면서 잘못하고 위축되고 주눅든 모습을 볼 때마다 그럴지라도 더 당당한 모습으로 자세를 고치고 아버지 앞에 서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 같습니다. 책망을 들을지라도 잘못에 대한 매를 맞을지라도 당당하게 그것을 감당하기를 바라는 아비의 마음. 그리고 깨끗이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아비와 관계를 회복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7.
자신의 고난 앞에, 자신의 죄 앞에서 딱 그만큼만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한함으로는 도저히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광대하심. 자신에게만 집중해 자신의 죄와 상황과 고난과 처지가 온 우주가 된 이에게 하나님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일을 말씀하십니다. 그 광대함 앞에 욥 너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너의 실존은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물으십니다.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까마귀 새끼가 먹을 것이 없어 하나님께 부르짖고 허우적거릴 때에 먹이를 마련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지 나를 향한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역사하심은 우리 삶에 늘 함께 하고 있는 것이구나 깨닫습니다.

8.
이 시대의 욥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내 처지와 상황이 온 우주가 된 사람에게 하시는 하나님의 뜬금 없는 창조의 비밀들. 삶의 부담이 목구멍까지 차서 하나님의 크고 놀라우신 계획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욥들에게 하나님은 물으십니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그 물음 앞에 자세를 고쳐 않을 뿐입니다. 이유를 묻는 것이 너무 티끌 같은 내 인생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하나님의 놀라우심 앞에 사그라들 뿐입니다. 목구멍까지 찼던 생의 부담감은 이내 누그러지고 하나님의 크고 놀라우신 섭리 앞에 어느새 마음이 고분해집니다. 대답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크고 놀라운 일 앞에 자그마한 내 인생의 고난을 품어버리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뿐입니다.

9.
영화 [달마야 놀자]에는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는 노스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조폭 두목이 물을 채우기 위해 연못에 깨진 항아리를 던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으쓱한 두목 앞에 노스님이 말합니다. 나도 밑 빠진 너희들을 내 마음속에 던졌을 뿐이야. 노스님의 말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 차라리 우주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위대하신 섭리 앞에 내 깨진 인생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10.
오늘도 주님은 묻고 계신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얘야 너는 어디 있었니?


개역개정 (욥38:1-41)

1 그 때에 여호와께서 폭풍우 가운데에서 욥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 무지한 말로 생각을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3 너는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내가 네게 묻는 것을 대답할지니라
4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5 누가 그것의 도량법을 정하였는지, 누가 그 줄을 그것의 위에 띄웠는지 네가 아느냐
6 그것의 주추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잇돌을 누가 놓았느냐
7 그 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8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에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
9 그 때에 내가 구름으로 그 옷을 만들고 흑암으로 그 강보를 만들고
10 한계를 정하여 문빗장을 지르고
11 이르기를 네가 여기까지 오고 더 넘어가지 못하리니 네 높은 파도가 여기서 그칠지니라 하였노라
12 네가 너의 날에 아침에게 명령하였느냐 새벽에게 그 자리를 일러 주었느냐
13 그것으로 땅 끝을 붙잡고 악한 자들을 그 땅에서 떨쳐 버린 일이 있었느냐
14 땅이 변하여 진흙에 인친 것 같이 되었고 그들은 옷 같이 나타나되
15 악인에게는 그 빛이 차단되고 그들의 높이 든 팔이 꺾이느니라
16 네가 바다의 샘에 들어갔었느냐 깊은 물 밑으로 걸어 다녀 보았느냐
17 사망의 문이 네게 나타났느냐 사망의 그늘진 문을 네가 보았느냐
18 땅의 너비를 네가 측량할 수 있느냐 네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알거든 말할지니라
19 어느 것이 광명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냐 어느 것이 흑암이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냐
20 너는 그의 지경으로 그를 데려갈 수 있느냐 그의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느냐
21 네가 아마도 알리라 네가 그 때에 태어났으리니 너의 햇수가 많음이니라
22 네가 눈 곳간에 들어갔었느냐 우박 창고를 보았느냐
23 내가 환난 때와 교전과 전쟁의 날을 위하여 이것을 남겨 두었노라
24 광명이 어느 길로 뻗치며 동풍이 어느 길로 땅에 흩어지느냐
25 누가 홍수를 위하여 물길을 터 주었으며 우레와 번개 길을 내어 주었느냐
26 누가 사람 없는 땅에, 사람 없는 광야에 비를 내리며
27 황무하고 황폐한 토지를 흡족하게 하여 연한 풀이 돋아나게 하였느냐
28 비에게 아비가 있느냐 이슬방울은 누가 낳았느냐
29 얼음은 누구의 태에서 났느냐 공중의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30 물은 돌 같이 굳어지고 깊은 바다의 수면은 얼어붙느니라
31 네가 묘성을 매어 묶을 수 있으며 삼성의 띠를 풀 수 있겠느냐
32 너는 별자리들을 각각 제 때에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북두성을 다른 별들에게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
33 네가 하늘의 궤도를 아느냐 하늘로 하여금 그 법칙을 땅에 베풀게 하겠느냐
34 네가 목소리를 구름에까지 높여 넘치는 물이 네게 덮이게 하겠느냐
35 네가 번개를 보내어 가게 하되 번개가 네게 우리가 여기 있나이다 하게 하겠느냐
36 가슴 속의 지혜는 누가 준 것이냐 수탉에게 슬기를 준 자가 누구냐
37 누가 지혜로 구름의 수를 세겠느냐 누가 하늘의 물주머니를 기울이겠느냐
38 티끌이 덩어리를 이루며 흙덩이가 서로 붙게 하겠느냐
39 네가 사자를 위하여 먹이를 사냥하겠느냐 젊은 사자의 식욕을 채우겠느냐
40 그것들이 굴에 엎드리며 숲에 앉아 숨어 기다리느니라
41 까마귀 새끼가 하나님을 향하여 부르짖으며 먹을 것이 없어서 허우적거릴 때에 그것을 위하여 먹이를 마련하는 이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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