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방학. 2022.07.02.

daddy.e.d 2022. 7. 2. 22:17

 

 

 

 

 

아들이 꿈의학교에 입학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어느새 방학이다. 지난 한 학기를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 대디캠프, 구안와사, 기타 등등. 짧지만 굵고 알차게 지나간 한 학기. 그사이 아들은 훌쩍 컸다. 키와 함께 마음도 더 의젓해진 아들. 아들의 짐을 싣고 학교를 벗어나기 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몽실몽실 구름이 예쁘게 펼쳐져 있다. 방학을 지내고 다시 학교에 올 때도 이렇게 화창한 날씨일까? 많은 변화가 시련과 함께 찾아왔지만 하나님께서는 늘 좋은 것으로 채워주심을 믿는다. 게다가 학부모 밴드에 열심히 참여해주었다고 선생님들께서 '밴드참여 최우수상'을 주셨다. 아프기에 시간이 많아 가능했던 일.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고 성장한 한 학기와 좋은 공동체로 인도해주신 감사함을 글로 적었다. 꿈의학교를 향한 첫사랑이 끝까지 변치 않기를. 

 

 

 


밴드참여 최우수상 수상소감

 

 

1. 
문득 살면서 인생의 어떤 기간에는 달리기를 하다 넘어졌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달려도 모자랄 판에 넘어져 한참을 땅만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만 빼고 모두들 저만치 앞서가 있는 것 같아 슬픔이 밀려오던 그 어느날이 떠오릅니다.  쫓아가길 포기하고 터덕터덕 발걸음을 옮기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2. 
한번 넘어졌는데 또 넘어질까 싶지만, 삶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기에는 참 녹록치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일어나 달려도 다시 넘어지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꿈의학교에 입학시키면 오롯이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코로나로, 또 갑자기 아픈 몸으로 달리다가 넘어진 것 같은, 그런 기분을 또 오랜만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3.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늘 외로웠습니다. 돌아보면 그때마다 주님이 계셨는데요, 넘어진 것에만 집중하느라 늘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이번에도 힘겹게 터덕터덕 혼자 일어서서 걸어가야 되는 걸까 싶었지만, 이제는 달랐습니다. 형통한이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은 꿈의학교가 있었습니다. 

4.
기대와 떨림이 섞인 마음으로 기숙사에 들여보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학기가 지나갔습니다. 한 학기가 지나면서 아이는 훌쩍 자랐는데, 문득 나는 얼마나 자랐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밴드에 올려주시는 사순이들을 매일 보면서 어느새 의젓해지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
그리고 저는 아픔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주님과 다시 교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의 평안이 생겼고 밴드를 통해 사순이들이 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일 보다보니 아이들은 나를 모르지만 얼굴과 꿈이름을 다 외우고 혼자서 정이 들었습니다. 가끔 너무 반갑게 아는체 해서 당황한 사순이들에게 미안합니다.

6. 
가끔은 아버님들은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시는데, 혼자서만 너무 튀는 건 아닐까 소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글이기에 혹 오해가 생기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습니다. 솔직함때문에 상처받는 건 아닐까 지레 겁먹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솔직하게 주님 앞에 나가 이겨내자는 바나바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었습니다. 치료하느라 시간이 넉넉해지면서 밴드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에 많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7. 
점점 체력도 조금씩 올라오고 얼굴도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과 사순이들과 밴드를 통해 만나면서 큰 힘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걱정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생의 때마다 좋은 공동체를 허락해주신 주님께 무엇보다 감사를 드립니다. 

8.
살아온 방식도 가치관도 모두 다른 인연이 꿈의학교를 통해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교회로 모였습니다. 늘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그럴수록 더 하나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순이들이 하나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듯이 부모인 나도 더 하나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사순이들이 성장하듯이 부모인 나도 꼭 꿈의학교를 성장해서 졸업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9.
이제는 더는 외롭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함께 주님과 동행하는 공동체가 있으니까요. 가끔은 지치고 힘들어서 쉬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밴드를 통해 하나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더 힘을 내야겠습니다. 넘어지고 낙심될 때 손잡고 일어나 함께 걸을 수 있는 동역자들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사순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내 친구'가 되어주듯 부모님들도 서로가 서로에게 '내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요? 그런 공동체가 되기를 꿈꾸고 그려봅니다. 

10.  
한 학기 사순이들에게 영과 육의 양식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물심양면 지원하시느라 고생한 부모님들께는 칭찬과 격려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집을 떠나 공동체를 경험하고 한껏 성장한 사순이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방학도 주님 은혜가운데 풍성하게 보내고 개학하는 날 그 은혜를 마음껏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랜드. 2022.07.18.  (0) 2022.07.18
천국은 마치. 2022.07.07.  (0) 2022.07.07
연비. 2022.07.01.  (0) 2022.07.01
지난 3개월. 2022.06.30.  (0) 2022.06.30
밤산책. 2022.06.26.  (0)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