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정리. 2022.06.07.

daddy.e.d 2022. 6. 8. 07:42




정리만 되어도 일하기가 훨씬 수월한데 그 정리를 하는 게 참 힘들다. 부지런해야 하고 관심이 있어야 한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정리가 되어 있으면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무리가 중요하다. 전날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고 정리를 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일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지친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내일 하자, 라는 마음이 든다.

결혼 초에 아내와 많이 다툰 이유도 이 부분이었다. 집안 분위기가 정 반대였다. 우리 집은 손님이 새벽에 가도 다 정리하고 자는 분위기. 아내 집은 손님이 가면 일단 쉬고 내일 정리하자는 분위기.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생활방식의 차이였는데 결혼 초에는 내 말이 맞다고 강력하게 요구했으니 아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성격 급한 남편을 인내해준 아내의 오래참음에 깊이 감사한다.

그나저나 저 책은 언제 정리하지. 기숙사에 가 있는 아들은 정리를 잘 하면서 지낼까? 지난 번 축제 마지막날 아내가 열어본 첫째 아들의 사물함은 난장판이었다는데. 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그냥 믿어주는 수밖에.

이제 체력이 부치는지 책정리도 힘들다. 예전이면 뚝딱 하던 일도 며칠에 걸쳐 나눠서 해야 하다니. 얼굴 치료와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해서 결혼 초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제 아내에게 조금씩 잔소리를 듣는다. 남편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만, 우하하하하. 옆에 없지만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래, 완벽한 사람도 아니면서 그런 척 하고 힘들게 사느라고 고생했다. 나이 마흔 중반이 되어서야 인간미가 조금은 생긴 것도 같은 오후다.

반응형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들어보니. 2022.06.09.  (0) 2022.06.09
사무실 습격. 2022.06.08.  (0) 2022.06.08
바베큐파티. 2022.06.06.  (0) 2022.06.06
아침을 열며. 2022.06.03.  (0) 2022.06.03
체력. 2022.06.02.  (0) 202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