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오디.2022.06.01.

daddy.e.d 2022. 6. 1. 20:45



1.
기숙사에서 즐겁게 지내는 첫째가 입이 시커매지도록 맛나게 먹는 열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오디. 우연히 외할아버지 시골 텃밭에서 어린 시절 한 번 맛본 오디가 너무 맛있었던 첫쨰는 그 후로 오디라면 사족을 못 쓴다. 중학교에 가서 조금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냉동실에는 지퍼백에 얼린 오디가 한가득 있다. 가끔 요구르트에 갈아서 쥬스처럼 마시기도 하고 거의 언 상태의 오디를 숟가락으로 부수고 녹여가며 맛나게 먹는다

2.
오늘은 처가 텃밭에 오디 따러 가는 날. 한참을 먹다 입이 새까매지고 아빠엄마를 보고 씩 웃던 첫째가 떠오른다. 아내는 오늘따라 첫째가 너무 보고싶단다. 첫째와의 추억이 담긴 오디 따기를 오늘은 동생들과 함께 한다. 형이 먹으니까 둘째도 따라 먹긴 하지만 오디를 따자마자 입에 숟가락으로 퍼 넣던 첫째만큼은 아니다. 미친 다섯 살이라서 그런 건지 계속 심술에 투정에 삐지기 신공을 보여준다. 막둥이는 할아버지 껌딱지. 할아버지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

3.
장모님과 아내와 셋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오디를 담는다. 이번 주보다 다음 주 오디가 더 맛나다는데 첫째가 외박을 나오고 복귀하면 학년 전체모임이 있어 6일까지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그 후에는 또 이어진 일정들. 첫째 덕분에 오디 욕심이 많아졌다. 가지고 와도 가지고 와도 늘 부족한 것 같은데 첫째는 집에 없다. 첫째가 없으니 덩달아 챙겨서 먹기는 힘들다.

4.
집에 와 지쳐 쓰러진다. 장인 어른의 막둥이 사랑 덕분에 긴 시간을 밭에서 보냈더니 힘들다. 그래도 막둥이를 보면서 기운을 내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다 때가 있어서 이 시기가 지나면 또 금방 품을 떠날 텐데 자주 보여드리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다.

5.
집 근처에 도착해 투표를 하고 하루가 마무리된다. 내년에도 또 따러 오겠지? 오디? 오디? 잘 익었나 찾아가며 오디를 따는 하루가 몇 번 더 반복될 수 있을까. 참 소중한 하루다.


맞다. 삼겹살도 정말 맛나게 먹었다. 역시 고기는 밖에서 먹어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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