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새우탕과 노래. 2022.04.11.

daddy.e.d 2022. 4. 11. 15:44



자가격리 마지막날이어서 어제 데려다주지 못한 첫째를 학교까지 데려다줍니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섭니다. 다 챙겨놓은 짐을 전날 차에 다 넣었습니다. 몸도 가볍게 출발합니다. 아들은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옆자리에 타더니 잠이 듭니다. 일찍 잤는데도 집에서는 더 자고 싶은 아들. 말없이 잠든 아들에게 노래를 틀고 운전을 합니다. 신기한 건 아들의 노래 목록이 내가 좋아하는 노래 목록과 비슷합니다. 어느 순간 복면가왕, 히든싱어 등을 들으면서 유튜브로 옛날 노래를 찾아 듣기 시작합니다. 꿈의학교를 간다고 했을 때 먼저 다니고 있는 교회 누나의 조언으로 MP3를 샀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잔뜩 적었습니다. 다운받아서 넣어달라고요. 목록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이 꽤 있네? 드디어 아들과 조금은 공감대가 생기는 것인가 기대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아들이 학교에 있지만 운전하면서 늘 아들이 다운받은 목록의 노래를 틀어놓고 다닙니다.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학교에 거의 도착할 즈음 늘 들르는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삼각김밥이라도 사먹여 보내라는 아내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을 깨우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아침 시간이라 김밥이 없습니다. 아들은 새우탕을 먹자고 합니다. 아빠가 좋아하는 새우탕 컵라면. 아빠의 추천으로 아들도 늘 새우탕 컵라면을 먹습니다. 둘이 차에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갑자기 아들이 유튜브를 보자고 합니다. 제목이 '헌터퐝'이었는데 낚시하는 동영상이었습니다. 같이 라면을 먹으면서 보니 꽤 재미있습니다. 아, 아들이 이런 걸 주로 보는구나, 생각합니다. 같이 보고 즐거워해주지는 못할 망정 자꾸 엉뚱한 것을 볼까봐 늘 마음 졸이고 유튜브를 보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만 아들에게 보여줬구나 돌아보게 됩니다. 그 와중에 막둥이 팔 빠진 것 같다는 아내의 전화가 옵니다. 걱정이 되었지만 첫째에게 집중합니다. 맛나게 먹고 유튜브 한편 뚝딱 보고 아들을 학교에 데리고 갑니다.

짐을 잔뜩 들고 생활관 앞으로 가니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짧게 인사하고 선생님들께 도착을 톡으로 알려드리고 집으로 옵니다. 벌써 하루가 다 간 것 같은 기분. 시간 낭비일지도 모르지만 그야말로 거룩한 시간낭비. 아들과 함께하는 짧은 시간들이 오늘따라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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