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으로 묵사발을 먹었다. 절기로 치면 오늘이 처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이 날. 길고 긴 여름도 고비를 넘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는 게 비로소 실감이 난다. 첫째 학교에 코로나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벌써 집으로 복귀한 꿈쟁이들만 열 명이 넘는다고 하고 네 분 선생님 중에 두 분이 음성이 나와 격리중이시다. 2. 코로나를 물리치자는 뜻으로 학년 밴드에 사진을 올리고 코로나 묵사발이라는 힘찬 댓글을 달았지만, 실은 요즘 내 상태가 묵사발이다. 드러내지 못하는 이면에는 번아웃 되어 규모를 상실한 내 삶의 무질서함을 묵사발 내버리고 싶은 심정이 짙게 깔려있다. 여러 힘든 일 중에도 루틴을 지켜오던 내가 아내의 수술로 드디어 백기를 든 것 같다. 3. 작년부터 이어지는 변수와 학기 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