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길, 겨울 옷 안쪽 등에 땀이 맺힌다. 아직 봄 옷을 입기에는 바람끝이 조금 차긴 하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간지러운 걸 보면 이미 계절 속에 봄은 와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첫째를 데리고 오전에 잠깐 소아과를 다녀왔다. 일 때문에 바로 집에 데려다주지 못하고 함께 사무실에 있게 되었는데, 역시 게임을 한다. 나름 친근하게 대햐려고 어깨를 툭 건드렸더니, 대뜸 짜증을 낸다. 아, 어제부터 왜 그러냐고! 건들지 말라고요! 뻘쭘하다. 속으로 약간 화도 난다. 그리고 나도 안다. 뭔가 집중하고 있을 때 건들면 초초초 예민해진다는 걸. 하지만 생업을 위해 하는 일과 게임이 같은 예민함을 가질 수는 없다고 속으로만 생각한다. 서운하다. 뜻하지 않게 집에 있게 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