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다시 제자리로. 2022.03.20.

daddy.e.d 2022. 3. 20. 07:06



오늘 아이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갔다. 온 가족이 예배를 드리고 햄버거를 사서 차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꿈의학교로 출발했다.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가기로 약속을 했기에 차에서 할 일이 없는 첫째는 연신 입을 놀린다. 많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학교에 몹시 가고 싶었나 보다. 설레는 마음을 감출 길 없는지 엄마와 웃음꽃이 피었다.

코로나로 정말 힘들었다.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아내와 나는 완전히 지쳐서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을 지경이 되었다. 둘째 어린이집도 코로나로 인해 가정보육, 막둥이는 큰형때문에 잘 적응하다가 일주일 형과 함께 가정보육. 정말이지 아내에게만 다 맡길 수도 없어 가정까지 신경쓰느라 일도 제대로 진척이 없어 나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드디어 일상이 어느 정도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이 스트레스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도록 방치했었는데, 그래도 소리지르고 욱하는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진단을 받지 않아서 그렇지 예전의 나를 정신과에서 진단했다면 깊은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믿음이 없었다면 어찌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그 모든 게 하나님 은혜다. 그 중에 가장 큰 은혜는 주님이 아내를 만나게 하신 게 아닐까 싶다. 매사 진지한 남편과 남편이라는 십자가를 삶으로 묵묵히 감당해 준 아내. 너무 고마운 것은 이처럼 부족한 아빠라도 아이들에게 아빠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단 한 번도 안 했다는 사실이다. 첫째의 성격이 그래도 둥글둥글하게 자란 것은 전부 엄마의 자녀양육 덕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랑 친하다. 그게 서운하거나 그렇지 않지만 매사 진지한 아빠때문에 숨막히는 상황을 엄마가 웃음으로 풀어주기 때문에 나는 참 고맙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자 친구들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반갑게 맞아주며 인사하는 꿈쟁이들을 보니 내 마음도 환하다. 어린 동생이 있었냐는 친구의 말에 첫째는 응, 엄청 귀엽지? 하나 더 있어! 그러자 엄마와 화장실에 갔던 둘째가 소리를 지르며 뛰어온다.

그냥 가기 그랬는지 둘째가 자기도 여기서 놀다 가겠다며 심술을 부린다. 바람이 차가왔지만 막둥이를 아기띠에 앉히고 호수를 산책했다. 오리가 헤엄치고 바람이 나뭇잎을 스쳐가고 아이가 뛰어노는 풍경. 주님이 허락하신 가정과 학교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내는 울지도 않고 씩씩해졌다. 학부모 캠프를 참석하지 못해 기숙사를 보지 못해 못내 아쉬워했는데. 이제 다시 일상이 정돈되는 느낌이 든다. 비로소 모든 것이 자리를 잡아가는 안정감. 오늘은 푹 자고 내일부터 또 화이팅이다. 가족 모두 수고했다. 큰 아들, 잘 자렴.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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