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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수 있는 건. 2022.04.27.

daddy.e.d 2022. 4. 27. 20:39



예약시간이 변경되었다는 병원의 전화. 일을 하지도 못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11시 MRI 촬영. 뇌에 문제가 있는지 혹시 모르니 검사해보자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촬영을 했다. 1시 30분에 결과가 나오기에 시간이 남아 물리치료도 받았다. 어제 물리치료 시간이었다. 얼굴에 고주파 치료를 해야 해 밴드로 기계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끈이 짧았나보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치료사의 당황한 기색이 다 느껴졌다. 어색함을 없애려 제 머리가 너무 큰가 봐요, 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는 치료사의 웃음소리. 아니에요. 끈이 조금 짧아서.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오늘은 어떻게 될런지 궁금하다고, 너의 큰머리가 다 탄로났다며 엄청 신나게 웃어댔다.




물리치료사가 마사지를 하겠다고 한다. 목소리를 들으니 어제 그 치료사분. 앳된 목소리의 아가씨였는데 어제 이야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깔깔대고 웃었다고 했다. 어머, 어떡해요, 그래서 제가 오늘은 밴딩 없는 기계로 가져왔어요! 아주 자신있게 대답한다. 어색함을 없애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들에게 활짝 웃어주지 못하는 게 마음 아프다고 했더니 어떡하냐고 안타까워한다. 고주파치료를 하는 동안 사진을 찍어 아내에게 보냈더니 큰일났다고 이제 너의 머리 큰 이야기가 다 공유된 거라고 또 놀린다. 웃긴데 활짝 웃지를 못한다. 마음 속으로 실컷 웃었다. 밥을 먹고 아내와 커피를 들고 공원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좋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꽃도 피고 햇살도 따스한 날씨가 너무 좋아 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틈을 타서 몇 장 찍으려고 싱글테이크로 찍고 있는데 아내가 앵글 사이로 끼어든다. 남편을 놀리는 재미로 사는 여자. 세상 진지한 남편을 만나 어떻게든 재미를 찾고 살려는 아내의 노력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내는 원래 유쾌한 여자. 내 인생의 앵글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더 활짝 웃고 살았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다. 주님이 보내주신 인연이라고 살면서 점점 더 믿게 된다(아...아내도....그렇겠지? 감히 못 물어보겠다ㅜㅠ). 모든 건 돌아보아야 깨닫는 법. 지금 이 순간을 더 겸손하게 살 일이다.

의사선생님은 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벨마비가 시작되면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 안에 정점을 찍고 점점 좋아지는데 약을 처방받은지 이틀 되었는데 벌써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치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 다행이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격려가 너무 고맙다. 삶이라는 앵글에 예기치 못하게 끼어드는 일들이 참 많다. 이 고난은 훗날 또 어떤 의미로 내게 남을까?

서로의 인생이라는 앵글에 끼어든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주님이 주신 내 삶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슬픔과 고통, 모든 순간이 참 소중하다. 오늘 실컷 웃을수 있는 건 아내때문이었지만 얼굴은 반만 웃을 수 있었다. 활짝 웃는 날이 오면 내가 아내를 웃겨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도 아내를 당할 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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